
(한국안전방송)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과열된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어 상당수 의원이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고심하는 모양새다. 표결 결과에 따라 야권 공조는 물론 제3당의 역할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까지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는 23일 본회의를 열고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이 끝나는 대로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상정한다. 해임건의안 통과 여부는 국민의당 38명 의원의 손에 달려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과 공동으로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던 국민의당은 당내 농해수위 소속 의원 등이 반대하면서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비대위 사전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의원총회를 소집해 자유투표 여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일단 당론을 결정하지 않은 채 의원 개개인의 자유투표에 맡길 가능성이 큰 편이다. 그러나 사전회의에서 주승용 비대위원이 표결 여부를 결정하자고 강력히 제안하면서 당론 투표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당내에서는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당초 야권 공조로 해임건의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던 박지원 위원장은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전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접촉한 사실을 언급, "의회정치에서 정부.여당은 실리를, 야당은 명분을 갖는 것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명분도 실리도 다 가지고 야당은 당신이 하는 대로 따라오라는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날 박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을 계기로 정권을 견제하는 차원에서라도 해임건의안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생겼다는 게 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반면 해임건의안 제출을 반대해온 황주홍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해임건의안은 공연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김재수 장관이 정책 역량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도덕적으로 그렇게 엉터리는 아니다. 정국 파행이 번연한 일부 야당의 해임건의안 정략에 국민의당이 들러리를 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을 포함한 농해수위 위원과 호남 중진의원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핵.지진 등 현안이 산재한 상황에서 이미 마무리된 청문회 내용을 이유로 해임을 건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번 해임건의안 표결로 제3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가결도, 부결도 부담스러운 만큼 의원들도 쉽사리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일단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론이 무색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당론으로 찬성을 결정할 경우 이미 해임건의안 제출 과정에서 당내 의견수렴을 통해 미동참을 결정한 상황에서 '말 바꾸기'를 한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반면 부결될 경우에는 야권 공조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야권의 텃밭이자 국민의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의 이탈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 내부에선 박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당론 등으로 분란이 이는 가운데 원심력이 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