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전방송)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파문이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며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진실규명 차원의 당내 태스크포스(TF)를 마련, 대통령기록물 열람은 물론 국회 정보위원회 국감증인으로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을 채택해야 한다는 등의 파상공세를 펴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미르.K스포츠재단 등과 관련해 터져나오는 각종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여당의 '색깔론' 공세로 규정,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요 쟁점 살펴보니
회고록 파문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지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내린 '기권 결정 시기'다. 송 전 장관에 따르면 표결 직전 이뤄진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11월 15일)와 노무현 전 대통령 주재 회의(11월 16일), 관련 장관들과 정책국장.안보실장 등이 참여한 관계자 회의(11월 18일) 직전에도 기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송 전 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진실은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새누리당도 관련국인 북한에 이런 중요사안을 미리 문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해명을 재차 촉구하고 있다. 반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이미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당시 남북상황 등을 고려해 대다수가 기권 결정에 동의했고, 이 내용이 노 전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 그대로 보고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송 전 장관이 결의안 통과에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18일 회의를 한 차례 더 열었지만 기권 결정이 바뀌지 않았고, 이후 북한에 기권 결정 내용을 '사후 통보'했다는 게 문 전 대표 측의 설명이다.
기권 결정을 내릴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 전 대표의 역할도 논란대상 중 하나다. 송 전 장관은 18일 회의에서 결의안 기권여부 결정을 내리기 전 김 전 국정원장이 북한에 사전문의를 해야 한다고 제안해 문 전 대표도 이를 동의했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이 문 전 대표가 북한과 사전에 '내통했다'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어떤 경로로 북한과 접촉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근거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은 문의가 아닌 사후통보 차원일 뿐이며, 기권 결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오히려 기권 결정 과정에서 문 전 대표는 결의안에 찬성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솔직히 그 사실조차 기억이 잘 안 난다"며 말을 아꼈다.
이 밖에도 회고록에 나오는 '11월 20일 쪽지 출처'도 공방이 벌어지는 부분 중 하나다. 송 전 장관은 이 쪽지가 북한에서 왔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도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북한에서 온 쪽지라는 정황이 정확히 기재돼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명확한 의혹 해소가 필요하다고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해당 쪽지는 당시 국정원을 비롯, 각종 정보기관으로부터 얻은 대북동향 보고일 뿐이라는 게 문 전 대표 측의 입장이다.
■'송민순 회고록' 대선정국 핫이슈로 급부상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로 코너에 몰려있던 새누리당은 야권을 겨냥한 총공세 모드에 돌입했다. 회고록 내용의 진상규명을 위해 당내 TF를 꾸려 국정조사와 국회청문회, 특별검사제, 대통령기록물 열람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진상을 밝혀내겠다는 태세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전 장관의 회고록과 관련해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 외에도 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북한인권 관련 언급 여부 등과 같은 이른바 '10대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며 문 전 대표의 답변을 재차 요구했다.
우 수석과 미르.K스포츠 재단 등에 대한 야당발(發)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 등 야권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최대한 조여 국면전환을 시도, 향후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이 같은 공세를 미르.K스포츠 재단 등과 관련한 권력형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한 '색깔론'으로 일축하고 무대응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 차원의 대응책 마련에도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당 대권주자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당 차원의 대응은 자칫 '문 전 대표 대세론'에 힘을 보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당 차원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야당탄압 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하는 등 야권발 개혁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여당의 정치공세를 '색깔론'으로 규정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문 전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해 더민주와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한편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도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윤상직 의원은 "북한 인권문제를 협의하거나 의견을 받는 방식으로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와 관련해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북한 인권문제는 정치.외교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과 사단법인 엔케이워치, 자유북한국제네트워크 등 3개 단체는 이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