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전방송)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에 대해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발표한 대국민담화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최순실 파문'에 따른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지난달 25일 '90초 사과'이후 10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10분 여 간에 걸쳐 대국민담화를 했다. 박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며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고 중간 중간 울먹였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담화에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와의 권력분점과 탈당 및 거국내각 구성 등 정국수습책에 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면서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의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번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면서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대통령은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죄송스럽게 생각 한다"면서 "자칫 저의 설명이 공정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여 오늘 모든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뿐이며 앞으로 기회가 될때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경위에 대해서 언급을 피한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수사 방식을 묻는 기자 질문에 "검찰 쪽에서 여러 가지 방법론이 있겠지만 제가 답변드릴 사안은 아니다"면서 "박 대통령이 얘기했지만 검찰에 부담을 주는 얘기를 드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또한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와의 관계에 대해 "홀로 살면서 챙겨야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든다"면서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털어났다.
이어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정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어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제가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국정현안과 관련해선 "국민여러분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 되어야만 한다"며 "더 큰 국정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