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전방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마라라고 북핵 담판'은 이렇다 할만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다.
두 정상은 6일 환영 만찬, 7일 확대정상회담과 실무오찬 등 1박 2일간의 '밀고 당기'를 통해 북핵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율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전날 만찬에 이어 정상회담과 업무오찬을 진행하며 본격적으로 북한 핵미사일과 무역 등 당면 현안들을 논의했다.
글로벌 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을 이끌고 있는 두 정상이 지난 이틀간 진행한 회담은 당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협상 현안들이 워낙 민감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데다 전날 전격적인 미국의 시리아 공급에 묻혀 양국 관계의 진전을 위한 디딤돌을 놓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이틀간의 회담 결과에 대한 공식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다. 대신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장관,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장관, 윌버 로스 상무부장관이 정상회담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가졌다.
북핵 문제, 유엔 결의안 이해 등 선언적 합의 그쳐=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최대 현안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논의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협력 강화에는 합의했지만, 실질적인 대북 제재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두 정상이 북한 핵미사일프로그램 위협의 긴급성을 공유했다”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고, 유엔결의안을 전적으로 이행키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정상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용인되지 않는 핵미사일프로그램을 폐지할 수 있도록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와 공조키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 끝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미국 자체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대북제재 공조가 중국에 독특한 문제와 도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만일 중국이 우리와 협력할 수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진로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정상회담 전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중국 금융기관과 기업의 대북 거래 차단 등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지만, 선언적인 수준의 합의에 그친 셈이다.
로스 상무장관은 “상무부가 최근 대북한 제재를 위반한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인 ZTE에 11억70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이것이 대북 거래를 단속하려는 미국의 분명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것을 중국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대북한 제재 프로그램 공조에 대해 중국 파트너와 직접적 대화를 가졌다”며 북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미국은 그동안 대북한 무역의 90% 비중을 차지하며, 석유 핵심공급원인 중국이 북한에 대한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활용,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미국은 현재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 등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응징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시리아 공습에 나선 것이 북한과 그 동맹국인 중국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됐다고 분석했다.
균형적 무역관계, ‘100일 계획’ 추진=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양국 간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엇갈리는 무역문제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중국 정부의 경제 개입으로 발생하는 도전들을 언급하고, 중국의 산업, 농업, 기술, 사이버 정책이 미국의 일자리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틸러슨 장관은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공평한 운동장을 조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하고, 호혜적 시장접근의 필요성도 되풀이해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에 따라 양국의 균형적 무역관계 구축을 위한 ‘100일 계획’을 마련키로 했다.
로스 장관은 “이슈와 규모를 고려하면 매우 야심적인 계획으로 논의 속도에서 상전벽해가 일어날 것”이라며 “이는 성장하는 양국관계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직접적으로 목표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을 늘리고,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기존 양국 간 협상을 격상시키기로 합의하고 새로운 고위급 협상 틀을 마련했다. 양국은 이에 따라 두 정상의 감독 하에 △외교와 안보 △포괄적 경제 △사법과 사이버안전 △사회와 문화 등 4개 축으로 구성된 포괄적 대화를 추진키로 했다.
두 정상이 무역문제에서도 당장 이번 정상회담에서 성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대립하기 보다는 협상의 틀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타임테이블을 갖고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키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에서 전망한 미국 인프라 투자 등 시 주석의 선물보따리와 관련한 질문에, 로스 상무장관은 “최고의 선물은 시 주석의 정상회담 참석과 두 정상간 구축된 관계”라고 답했다.
트럼프 “중국과 거대한 진전 만들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과의 관계에서 거대한 진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시 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미국 대표단이 중국 상대방과 일대일 미팅을 가졌다”며 “진실로 진전이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많은 추가적 진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 주석과 나의 발전된 관계가 중요하며, 우리는 향후 여러 차례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며 “많은 매우 잠재적인 나쁜 문제들이 해소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중국 국빈방문 요청을 받아들였다. 틸러슨 장관은 “초청은 올해 방문을 위한 것”이라며 “방문시기 등을 중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