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체제 출발해 尹탄핵까지 속전속결…'문형배 헌재' 마무리

  • 등록 2025.04.18 21: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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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소장 퇴임 후 권한대행 선출…비상계엄 후폭풍 수습하며 주목尹·한덕수 탄핵심판 등 주요 사건 다수 처리…헌재 당분간 7인 체제

국민의례 하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사진 연합뉴스)

 

18일 퇴임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이끈 헌재는 지난해 10월 임시 체제로 출발했으나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주요 사건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초래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각종 권한쟁의심판과 재판관 임명 관련 가처분까지 역사에 남을 주요 사건들이 '속전속결'로 헌재의 판단을 받았다.


문 대행은 작년 10월 17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후임자 없이 퇴임하면서 바통을 건네받았다. 재판관들은 이 전 소장 퇴임 후 1주일이 지난 24일 재판관회의를 열어 임명 일자와 나이 기준으로 당시 재판관 중 가장 선임자였던 문 대행을 권한대행으로 선출했다.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후임자 선출이 국회에서 지연되면서 헌재는 헌법상 정원(9인)에 못 미치는 6인 체제로 운영됐다.


이후 헌재는 내부적으로 사건 심리는 진행하되 결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헌재의 심리 정족수에 관한 법률 조항(헌재법 23조 1항)의 효력이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정지돼 이론적으로 6인 체제에서 심리·선고가 모두 가능했지만 헌재 결정의 무게감을 고려해 재판관 후보자 선출을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으로 정국이 요동치면서 헌정질서 위기를 수습할 '해결사'로 헌재를 호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 대행은 12월 4일 출근길에 "정국이 혼란스러울수록 헌법이 작동돼야 한다"며 "헌법재판소는 비상 상황에 신중하게, 그러나 민첩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출근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사진 연합뉴스)
 

국회는 정부 고위공직자를 줄줄이 탄핵심판에 넘겼다. 12월 5일 검사 3인과 최재해 감사원장을 시작으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이 탄핵소추됐고 12월 14일에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헌재에 접수됐다.


문 대행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는 일성을 밝히고 재판관 회의를 소집했다.
이때까지도 헌재는 여전히 6인 체제였다. 비상계엄 이후 국회는 조한창·정계선·마은혁 후보자를 선출했으나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 총리가 임명을 거부했다.


한 총리는 임명 거부를 이유로 탄핵소추됐고 권한대행을 이어받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을 임명했다. 헌재는 두 사람이 취임한 지난 1월 1일부터 8인 체제가 구성돼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했다.

 

인용 결정문 낭독하는 문형배 권한대행(사진 연합뉴스)

 

문 대행은 신속한 재판 진행으로 주목받았다. 8인 체제가 완성된 직후인 1월 15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 사건의 마지막 변론을 열고 1월 23일 기각 결정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도 마찬가지였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서 문 대행의 소송 지휘를 문제 삼으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문 대행은 증인신문 시간을 엄격히 통제하고 일주일에 2회씩 변론을 열면서 심리를 서둘렀다.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전 분야에 공백이 발생하고 사회적 갈등이 나날이 격해지는 상황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합의가 재판관들 사이에 확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을 변론종결한 뒤 헌재는 장기간 평의를 거듭하는 동시에 여타 주요 사건을 줄줄이 선고했다. 지난달 13일 감사원장·검사 탄핵사건을, 24일에는 한 총리 탄핵사건의 선고를 마쳤다.


2월 27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낸 권한쟁의심판을 인용하며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를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유 없이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도 내놨다.


헌재는 지난 4일 탄핵소추 111일만에 윤 전 대통령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했다. 문 대행이 선고를 마치고 옆자리에 앉았던 김형두 재판관의 등을 고생했다는 듯 두드리는 모습이나 그가 청문회 당시 밝혔던 '어른' 김장하 선생과의 일화, 소탈한 성품 등이 온라인에서 연일 화제가 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탄핵심판 과정에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문 대행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자택 앞에서 시위한 탓에 문 대행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대심판정 나서는 문형배-김형두 헌법재판관(사진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선고가 지나치게 늦어진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헌재는 법률 쟁점에 대한 판단을 넘어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배경까지 포괄해 결정문에 담기 위해 재판관끼리 치열한 숙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파면 6일 뒤인 지난 10일 헌재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사건과 일반 헌법소원 사건까지 선고를 마쳤다. 문 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마지막 선고였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한 한덕수 총리가 지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이에 반발해 헌법소원과 가처분이 연달아 제기되면서 문 대행은 '마지막 숙제'를 맡았다.


헌재는 신속히 주심 배당과 재판관 평의를 거쳐 문 대행의 퇴임을 이틀 앞둔 지난 16일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한 대행의 재판관 후보자 지명과 후속 절차의 효력을 모두 정지하는 결정이었다.


이밖에 문 대행은 6년의 임기 동안 주심을 맡았던 '기후 소송'을 비롯해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과 종합부동산세법 등에 관한 주요 헌법소원 사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등 굵직한 사건에 다수 관여했다.


문 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헌재는 다시 7인 체제가 됐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선출될 새 대통령이 후임 재판관 지명·임명절차를 진행할 때까지는 당분간 임시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차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재판관 회의를 거쳐 선출한다. 가장 선임인 김형두 재판관이 맡게 될 전망이다.

 

헌재 떠나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사진 연합뉴스)

이종옥 기자 imnews5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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