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안전보다 우선은 조망권?

  • No : 234
  • 작성자 : 어해영
  • 작성일 : 2016-10-06 15:31:27

18호 태풍 ‘차바’가 5일 부산, 울산 지역을 덮쳤습니다. 곳곳에서 침수로 인한 피해가 알려지면서 걱정도 커지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부산의 신흥 주거지 해운대 마린시티의 침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파트 단지 내부까지 바닷물이 넘친 마린시티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올라왔습니다. 거대한 파도로 인해 아파트 저층 부분까지 파도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나무와 가로등이 침수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습들이었죠.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마린시티가 ‘물의 도시’가 돼버렸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리 바닷가 바로 앞이라고 해도, 태풍의 위력이 컸다고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부촌(富村)이 이렇게 파도에 취약할 수 있을까요?

우선 마린시티와 바다의 거리를 재봤습니다. 네이버 지도의 길이 측정 서비스를 통해 측정한 마린 시티 내 대우 트럼프 월드마린 아파트와 바다와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48미터였습니다. 도보로 1분이면 충분한 가까운 거리입니다. 
사진=네이버 지도

이처럼 바다에 인접하다보니 태풍 등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지리환경입니다. 

특히 매립지에 조성된 마린시티는 먼바다와 바로 맞닿은 돌출된 지형이라 태풍이 발생하면 월파와 해일 등에 피해도 충분히 예상가능했죠. 

그러나 마린시티 앞 바다에 설치된 방재시설은 높이 5.1미터의 방파제와 높이 1.2미터의 방수벽이 전부였습니다. 최고 9.8미터에 달하는 차바의 파도에는 힘을 쓰지 못했죠. 

특히 이번 피해는 천재지변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마린시티의 경우 바다와의 거리가 워낙 가깝다보니,위력이 큰 태풍에 의한 피해가 예상돼 방재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나왔기 때문이죠. 

실제 마린시티 일대는 과거 2003년 태풍 매미를 비롯해 태풍으로 인해 수백억원 대의 재난피해를 입은 바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관할 해운대구는 지난 2012년 12월 높이 2.5미터의 방수벽을 설치하려고 했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현재 설치된 방수벽의 높이는 1.2미터. 당초 계획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걸까요? 이유는 바로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었습니다. <연합뉴스>는 5일 ‘태풍만 오면 침수 피해…해운대 ‘마린시티’라는 기사를 통해 “조망권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로 (방수벽은)계획의 절반 높이밖에 설치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당시의 상황을 살펴볼까요? 부산 지역 언론인 국제신문은 지난 2012년 4월 기사 ‘주민갈등 ‘벽’ 부딪힌 마린시티 방수벽 증축’에서 방수벽을 둘러싼 주민들의 갈등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이에 따르면 거듭된 태풍 피해로 인해 해운대구가 높이 2.5미터의 방수벽을 설치하려 했지만 마린시티 입주자대표연합회 측은 “구청 계획대로 방수벽을 쌓으면 방수벽에 가려 보도나 카페에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며 반대를 했다고 합니다. 당시 마린시티 주민들 1000여 명의 서명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에도 전달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해운대구가 계획한 2.5미터의 방수벽은 60%의 파도만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도 함께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때 만약 계획대로 2.5미터의 방수벽이 세워졌다면 이번과 같은 심각한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큰 태풍이 올 때마다 마린시티는 물의 도시가 될까요? 

다행히도 2020년에는 피해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국비와 시비 등 655억원을 들여 마린시티 앞쪽 해상에 해일 피해 방재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조망권을 보장받고 싶다는... 아직 우리에겐 안전보다 조망권이 우선인 현실입니다. 

네티즌 의견 0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