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전방송) 외교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다자공관장회의를 개최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안토니우 구테흐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 체제 출범 등 전환기를 맞아 전략적 다자외교 추진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22일 밝혔다.
안총기 제2차관 주재로 주유엔대표부에서 열린 2017년 다자공관장회의에는 주유엔, 주아세안, 주유네스코, 주ICAO(국제민간항공기구), 주제네바, 주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16개 다자외교 대표부 공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회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국제질서의 대변혁이 예고돼 있고, 브렉시트의 파고에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에 대해 "모여서 떠들고 즐기는 사람들의 클럽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등 어느 때보다 우리 정부의 냉철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열렸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해 10월 오바마 행정부에서 임명됐으나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기존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윤 특별대표는 정무직이 아닌만큼 이후 국무부 장관과 부장관, 동아태 차관보 등 주요 보직 인선이 끝나면 교체될 가능성이 있으나 당분간은 6자 수석대표직을 수행할 전망이다.
이번 한미간 6자 수석 회동은 만남 자체가 중요한 상징성이 있다는 것이 외교부측 설명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와 대북 공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북핵 관련 고위 실무자가 만나 대북 압박·제재 기조가 유지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또 구체적인 윤곽이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은 미국의 대북 정책 입안과정에 있어 이전 한미간 협의 내용을 잘설명하고 우리측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이기도 한다.
이날 조현동 외교부 공공외교대사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미국 방문길에 오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조 대사는 이번 방미에서 우리 정부의 북핵 및 대북정책과 한미동맹 발전의 중요성 등을 적극 설명하는 한편, 트럼프 신(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비롯한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성을 탐색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를 비롯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 등이 그동안 북핵 문제를 미국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꼽으며,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대북 제재·압박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와 “미국 신(新)행정부 하에서 한미동맹 관계가 강력하고 긍정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면서 “함께 주요 안보 현안에 관해 긴밀한 공조를 해 나가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동안 트럼프 정부 외교안보 라인 핵심 참모들의 발언이나 트럼프 본인의 발언에 비쳐봐도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핵 문제가 우선순위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이제는 최대한 우리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기존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