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전방송)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를 두고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13일 오전 11시 헌재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에서 "헌재는 이번 결정을 하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면서 “모든 결과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헌재 결정 불복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권한대행도 이를 의식한 듯 퇴임식 내내 법치주의 실현을 통한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보다 성숙하게 거듭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 껴안고 화합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 과정에서 중국고전 ‘한비자’의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의미의 ‘법지위도전고이장리(法之爲道前苦而長利)’라는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퇴임식은 국민의례와 퇴임사 낭독, 꽃다발 증정 등을 거쳐 9분 만에 끝났다. 퇴임식에는 송두환(68·〃12기) 전 헌법재판관을 제외하면 특별한 외빈 없이 그동안 심리에 매진한 재판관들과 헌재 직원 100명 정도가 참석했다. 이 권한대행은 남편과 자녀들도 초대하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조용하고, 요란한 걸 좋아하지 않는 평소 성품대로 이정미 재판관다운 작별이었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헌재 청사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재판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마친 뒤 오후 2시40분쯤 청사 로비에서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떠났다. 김이수(64·〃9기), 이진성(61·〃10기 )재판관은 이 권한대행이 탄 승용차가 헌재 정문을 빠져나간 뒤에도 한동안 청사 현관 앞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한편 헌재는 조만간 재판관 회의를 열고 선임자인 김이수 재판관을 차기 소장 권한대행으로 호선할 계획이다. 이 권한대행의 후임으로 지명된 이선애(50·〃21기)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헌재는 당분간 재판관 7인 체제로 운영된다. 헌재에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의 헌법 위배 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 사건 등 탄핵심판에 밀려 처리되지 못한 사건이 현재 843건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