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전방송) 23일 오전 10시 1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들어섰다. 앉아 있던 유영하(55) 변호사가 달려나가 그를 피고인석으로 안내했다. 방청석을 가득 메운 150여명의 방청객과 취재진은 모두 숨죽인 채 박 전 대통령을 눈으로 쫓았다. 구속 53일 만에 공개된 자리에 나타난 박 전 대통령은 염색을 못 한 탓에 가르마 사이로 흰머리가 보였고, 수척해진 느낌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말을 아꼈지만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 최순실씨는 검찰이 처음부터 대통령을 쫓아내려고 했다며 울부짖었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그의 40년 지기 최순실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에 이어 헌정 사상 세 번째로 전직 국가 원수가 형사재판을 받는 부끄러운 역사가 21년 만에 재현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첫 공판이 열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나란히 두 사람이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가 직업을 묻자 박 전 대통령은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다. 주소지는 “서울 삼성동”이라고 했다. 불과 76일 전 최고 권력자였던 그의 맨얼굴은 초췌했다. 큰 핀으로 스스로 머리를 올려붙였지만 예전처럼 단정하지는 못했다. 이경재 변호인을 사이에 두고 옆에 앉은 최씨는 머리를 뒤로 묶었다. 박 전 대통령의 답변을 들으며 입술을 깨물다 잠시 울먹였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18개 범죄 혐의를 1시간에 걸쳐 조목조목 언급했다.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는 “전직 대통령이 구속돼 법정에 서는 건 불행한 역사의 한 장면”이라며 “한편으로 대통령의 위법 행위에 대해 사법 절차를 통한 심판이 이뤄지는 건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확립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며 30분 동안 반박했다. 무표정하게 듣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은 마이크 앞에 서서 “변호인 의견과 같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추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검찰을 비난하면서도 죄가 있다면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는 “40년간 지켜본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시게 해서 제가 너무 죄인인 것 같다”며 울먹이더니 표정을 바꿔 “처음부터 검찰이 대통령 축출에 대한 결정을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의 허물을 벗는, 나라를 위한 재판이 될 것”이라고 할 때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시선은 앞을 향해 있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은 3시간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완전히 같다”며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기소한 박 전 대통령 뇌물 사건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최씨 뇌물 사건을 병합해 함께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주 3회 이상, 늦어도 오는 10월까지 한 법정에서 나란히 재판을 받는다. 다음 공판은 2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