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사망' 부천 호텔 객실 내부 모습
7명이 숨진 경기 부천 호텔 화재의 원인이 객실 에어컨의 전기적 요인으로 좁혀지면서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숙박시설에 '전기불꽃(아크) 차단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부천시 원미구 호텔 7층 810호 객실에서 불이 나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소방 당국은 투숙객 A씨가 화재 발생 전 810호에서 처음 목격한 상황을 토대로 에어컨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A씨는 810호에 들어갔다가 에어컨 쪽에서 '탁탁'하는 소리와 함께 타는 냄새가 나자 호텔 직원에게 객실 변경을 요청했고, 아래 6층으로 방을 바꿨다.
소방 당국은 에어컨에서 불똥이 떨어져 소파와 침대에 옮겨붙은 뒤 실내 전체가 폭발적 화염에 휩싸이는 이른바 '플래시 오버'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3만8천857건으로 이 가운데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는 1만358건(26.7%)이었다. 이는 부주의로 인한 화재 1만8천198건(46.8%)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특히 에어컨 화재는 2020년 221건, 2021년 255건, 2022년 273건, 지난해 293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전기적 요인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만358건 가운데 8천532(82.4%)건이 전기불꽃을 동반한 화재였다.
'아크'로 불리는 전기불꽃은 전선 손상, 노화 현상, 접속 결함 등의 원인으로 주로 발생한다.
올해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와 2021년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원인도 모두 전기불꽃이었다.
화재 전문가들은 국내에 널리 보급된 누전차단기로는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를 줄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 호텔 객실 화재의 원인으로 소방 당국이 밝힌 불똥은 '탁탁'하고 튀는 스파크가 아니라 '찌직' 하면서 생기는 전기불꽃"이라며 "아크차단기만 설치돼 있었어도 불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국내에 널리 보급된 누전차단기는 새는 전기를, 배선용차단기는 허용 수치를 넘는 전류를 차단한다"며 "허용 전류 범위 내에서 발생하는 전기불꽃은 누전차단기나 배선용차단기로는 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크차단기 가격은 2만∼3만원가량인 누전차단기보다 10배 넘는 수준으로 비싸다. 국내에서 생산되지만, 보급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백 교수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 선진국은 20년 전에 이미 아크차단기 설치를 의무화했다"며 "국내에서도 일부 시설에 아크차단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숙박시설은 물론이고 아파트 등 일반 주택까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안전교육 강의를 할 때 아크차단기를 항상 설명하면 대부분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라며 "가격도 누전차단기에 비해 비싸고 현재 국내에서는 설치를 권장하는 수준이니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미국에서는 20년 전에 아크차단기 설치를 의무화한 뒤 전기 화재 발생 비율이 65%가량 줄었다"며 "이번 호텔 화재와 유사한 상황에서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