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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칼럼

[광복 73주년기념 기고]경주 최부자 최준의 통곡

<歷史斷想> 경주 최부자 최준의 통곡
  
白山 안희제安熙濟(1885-1943)와  경주 최준崔浚(1884-1970)은 다 같이 영남 부호로서  이전부터  안면을 트고 있었다. 
최준은  경주 최부자집으로  잘  알려진  12대  만석꾼 집안이었다. 
두 사람이 친해진 것은 백산이  부산 동광동에서 경영하는 백산상회白山商會의  주주로  최준을  끌어들인  데서  시작되었다.
백산상회는 겉모습은  무역회사지만  내부적으로는  독립군  자금을  공급해  주는 
하나의  위장회사였다. 
최준은  임시정부에  보낼  자금으로 거액의  금액을 수십  차례나  백산에게  전달하였다. 최준이  독립운동  자금으로  거금을  바쳐 오다보니  그  자신도  도산  위기에  처하게  되어  최준은  백산을  꺼리게  되었다.
어느  날  백산이  다시  최준에게  5만원(현재 약 10억)을  요구했다.  그러자  최준은  그만한  돈이  없다고  잡아떼었다. 
백산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  집을  물러  나왔다. 
그런 일이 있은 지 며칠 뒤 경주 최부자집에  복면을 한 강도가  들어왔다. 
담을 넘은 이 복면강도는  최준이 깊이 잠들어 있는 사랑방으로  침입하였다. 
복면강도는  최준의  목에  비수를  대고  잠을  깨웠다.
"수표책을  꺼내라."  최준은  체념하고  수표책을  꺼냈다. 
그러자  복면강도는  최준으로  하여금  그 수표책에  자기가  필요한  돈의  액수를  적도록  강요했다.  그런  다음  복면강도는 "어느  날까지  이  액수를  입금시키겠느냐?" 하고 물었다. 보름 후까지 넣겠다고 최준이  대꾸했다.
복면강도는  그 날짜를  기입하도록 했다.
그런다음 "도장을  찍어라" 하고  윽박질렀다. 최준은  도장을  찍었다.
최준은  속셈이 따로 있었다. 이 수표의 무효를 신고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준은  강도치고는 바보  같은  강도라고  속으로  비웃기까지  했다. 
그  때  복면강도는  비수를  칼집에  꽂더니  복면를  벗어  던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보니  낯익은  음성이었다. "준아  나다  나..." 희미한  남포불의  심지를  돋우고  보니  백산이  아닌가. "이  사람아, 이게  무슨  짓인가! " 백산은  최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 나는  자네가  성의를  다하면  5만  원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돈을 요구했던거야. 자네가 손수  찍은  도장을  자네  자신이  파기(破棄)하지야  않겠지? "꼼짝없이 당한  최준은 약속한 기일 내에 임시정부 자금 5만원을  은행에  불입하고  말았다.
해방이 되고  임시정부가 환국한 후의  일이다. 
경교장에 든 백범 김구선생이  제일 먼저 보고 싶어한  사람이 최준이었다. 
임시정부를 움직여 온 막대한 자금이 최준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얀 모시 두루마기를 입은 최준이 경교장에 들어서자 백범은 반가이 나가 맞았다. "오래도록  자금을  보내주어 고맙습니다" 
하고 최준의 두 손을  잡았다. 
백범은 자금이 조달된 여러 루트의  비망록을  지니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 백산을 통해 들어온 최준의 비망록을 꺼내 펼쳐보였다.
최준은 나름대로 임시정부 자금 명목으로 백산에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놓은 돈의  명세를 수첩에 적어 놓고 있었다. 최준은 무의식 중에 김구가 꺼내 놓은 비망록과  자기 수첩을 견주어 보게된 것이다. 
최준은 차차 눈시울이 붉어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는 눈물이 앞을  가려 끝까지 대조해  볼 수가 없었다.
사실  최준이  백산을  의심한것은  아니었지만 백산이  임시정부  자금으로  숱하게  달래서 가져간 자신의 돈이 고스란이 임시정부로 송금되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최준은 백산이 자신이 생활하는 데도 써야 했을 것이고, 또 만주나 중국으로 돌아다니는데  여비로도  떼어  써야  했을  것이므로 자기가  임시정부  자금으로  낸  돈  가운데서  절반만이라도  임시정부에  들어가면  다행한  일이라고  평소에  늘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백범이  펴  보인  비망록을  자기의  수첩과  대조해보니, 자기가  백산에게  준  자금에서  단돈  1원도  틀림없이  송금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울고  있는  것이었다.
그  당시  이미  예순  두  실이었던  최준은  마침내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문을  알수  없었던  백범은  주위사람에게  웬일인가하고 조용히  물었다. " 안백산을  생각하고  우는  것입니다. " 백산은  이미  해방이  되기  2년  전인  1943년  만주  목단강에서  숨을  거두었다. 일제의 악랄한  고문에  시달리다가  고문 후유증으로  순국한  것이다. 그의  무덤은  고향인  경남  의령에  있었다. 최준은  경교장  2층  마루로  나아가  남쪽으로  난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멀리있는  백산의  무덤을  향해  망배(望拜) 하며 목놓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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