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 지진, 증시영향이 제한적…車 등 일부업종은 수혜
동일본 대지진 등 과거사례와 비교하긴 어려워
일본 대 지진이 국내 증시에 미칠 큰 영향에 대한 증권가 셈법이 복잡하다. 한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일본기업들의 피해는 한국에 반사이익이 될 수 있으나, 반대로 우리 기업들의 생산 차질이나 외국인 자금이탈 등 부정적인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지진이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중기적으로 엔화가치 강세전환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조업을 중단한 기업과 피해분야는 △소니-CIS 이미지센서 △브릿지스톤-건설기계용 호스 △토요타-렉서스 생산라인 등 순차중단 △닛산-규슈 자동차 라인 △혼다-오토바이 관련 구마모토 제작소 △미쓰비시전기 - 반도체·액정모듈(LCD) 라인 △파나소닉 - 전자부품 △산토리-맥주, 커피 등 △후지필름 - 화학공장 △JX니폰오일앤드에너지-제품선적 등이다.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정전, 도로파손, 인력손실 등으로 정상가동이 어려운 곳들이 상당하다. 해당 기업들과 거래하는 중소 납품업체들의 피해도 크다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자동차 생산체인과 일부 IT부품주, 면세점, 호텔 등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본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엔화가치 강세와 맞물려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유커간련 한일 경쟁구조 속에서 면세점 등 유커 관련업체의 상대적인 수혜도 가능할 듯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본 자동차, 반도체 및 IT부품 업체들의 생산차질이 국내업체들의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질지는 지진 이후 조업 정상화 과정 등을 지켜봐야 명확해 질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와 비슷한 시각을 내놨다.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확인된 IT와 자동차 산업 내 생산차질부품들이 한국기업의 것으로 바로 대체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진으로 인한 일본 인바운드 관광객 수요 위축만으로 한국의 외국인관광객 증가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규슈에 산업기지가 많지 않아 국내 기업의 수혜와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다만 규슈가 관광을 주력으로 하는 지역이라는 점을 보면 여행과 유통업계의 반사이익은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1995년 한진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엔화가 상당기간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곽병열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신대지진 때는 3개월간 엔화가치가 18.5% 올랐고 동일본대지진 당시는 6개월간 6.2% 절상됐다"며 "대외채권이 많은 일본은 천재지변 등 국가위기 때 마다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이로 인해 엔화강세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엔화강세는 일단 한국 자동차 업종에 호재가 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조선이나 철강, 정유, 화학, 가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이어 곽 팀장은 "한신대지진 이후 90일간 한국증시(달러환산 MSCI 코리아지수 기준)는 7.1% 올랐다"며 "일본대지진 이후 같은 기간에도 한국증시가 9.7%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주가가 1.65%, 1.87% 올랐다. 반면 토요타는 지진으로 인한 공장 가동중단이라는 직접적인 피해와 엔화강세로 인한 간접적 경쟁력 저하의 이중고 우려로 이날에만 4%대의 하락을 기록했다.
-한국안전방송 박윤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