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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칼럼

후쿠시마의 비극은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린피스

후쿠시마 사고 6주년을 맞이하며..

(한국안전방송) 2017년 3월 11일은 일본 전역을 악몽으로 몰아넣었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6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해 11월 후쿠시마 현을 방문한 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팀은 이타테(Iitate) 마을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돌아왔습니다. 이타테는 사고가 난 핵발전소로부터 북서쪽으로 약 28~47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거리상으론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이곳은 사고 후 바람 방향이 내륙 쪽으로 바뀌었을 때 방사능 구름이 지나가면서 고농도로 피폭이 된 지역입니다. 그린피스는 사고 직후 이타테 주민들을 즉각 대피시켜야 한다고 경고 했지만, 일본 정부가 사고 후 한 달이 지나서야 피난지시를 내리면서 이곳 사람들이 오히려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보다 더 많은 양의 방사선에 피폭되고 말았습니다.

이타테 주민들이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향후 70년 동안 받게 될 공간 방사선의 누적 피폭량이 39~183mSv(밀리시버트)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매주 흉부 X-레이를 찍으며 사는 것과 비슷한 수치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자연 방사선 외에 추가 피폭을 연간 최대 1mSv 이하로 제한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이타테 마을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피난지시를 이달 말로 해제할 계획입니다. 피난지시가 해제되면 피난민들이 매달 받고 있던 주거 지원금도 1년 후면 끊기게 됩니다. 결국,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없는 피난민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됩니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인권문제입니다.

이타테 마을은 주민들이 돌아와서 살기에 결코 안전한 상황이 아닙니다. 돌아가는 것은 결국 주민 개개인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는 주거 지원을 지속해야 합니다. 일본 정부의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인 결정은 피난민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의 비극은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은 국가 면적 대비 핵발전 밀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고,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중에서 세계 1위, 3위, 4위, 7위 규모의 초대형 핵발전소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작년 9월 12일 핵발전소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과 이후 최근까지도 이어진 590여 차례가 넘는 여진은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습니다. 위험한 핵발전으로부터 단계적으로 벗어나는 에너지 전환은 이미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 시작되었고, 사고 이후에는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독일에 이어, 최근 가까운 나라 대만도 2025년까지 에너지 전환 정책을 통해 단계적 탈핵을 추진하기로 법에 명시했습니다. 선진국 중 매우 드물게 현재 핵발전 규모의 대폭 증대를 계획하고 있는 한국도 이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야 합니다. 안전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글: 장다울 선임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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