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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안전

"서울인지, 오사카인지…" 서울 도심 한국인 못읽는 간판 수두룩

용리단길·을지로·대학로 곳곳 한글 병기 없이 일본어로만 규정 있지만 단속은 미미…시민 반응 엇갈려

 

"여기가 서울인지 도쿄인지 오사카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요. 사진 찍어 올리면 다들 제가 일본 간 줄 알 것 같아요."
서울 지하철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까지의 거리를 뜻하는 '용리단길'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28) 씨는 일본풍으로 꾸며진 가게 앞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전국 곳곳의 '핫플'(핫플레이스)에 우후죽순 생겨난 일본풍 가게들이 서울 도심에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게들은 일본어로만 된 간판은 물론이고 내부 인테리어도 모두 일본풍으로 꾸며놓은 것이 특징이다. 
몇해 전 '노 재팬' 영향으로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일면서 일본을 연상시키는 식당이나 상점 이름을 변경하는 흐름이 나타나기도 했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풍경이다. 


이국적이고 색달라 좋다는 반응도 있지만, 일본 문화에 치중한 식당들이 거부감을 부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말연시 연휴 직전이었던 지난달 29일 기자가 서울 용리단길, 을지로, 대학로 등 도심 곳곳을 다녀보니 가게 30여개가 일본어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이 중 5곳은 한글 병기 없이 일본어로만, 혹은 일본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영어를 함께 표기했다. 중식당임을 암시하는 한자 간판과 태국어로 쓰인 간판도 눈에 띄었다.

 
가게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입간판, 장식 등이 모두 '일본풍' 분위기를 풍겼다. 메뉴도 일본어로 적거나 일본어로 된 '아르바이트 모집' 전단을 붙여놓고 일본 대중음악인 'J팝'을 크게 틀어놓기도 했다. 


간판 관련 법 규정이 없지는 않다. 현행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제12조2항에 따르면 광고물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해야 한다.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어로만, 혹은 영어로만 가게 전면을 채운 가게는 적지 않다. 


일부 시민들은 안전신문고 앱 또는 구청에 간판 관련 민원을 넣기도 하지만,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에는 위반 처벌 조항이 없어 단속은 미미하다. 


옥외광고물법이 신고 대상을 '면적이 5㎡ 이상이거나 건물 4층 이상 층에 표시하는 것'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즉, 면적이 5㎡ 미만이거나 건물 4층이 아닌 층의 간판은 지방자치단체의 시정요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 바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보다 행정 지도해 한글 병기를 권고했다"며 "점주들이 지도를 잘 따라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용산에서 직장을 다녀 용리단길을 자주 찾는 직장인 도모(33) 씨는 "이색적인 간판이 많이 생겨 식사하러 갈 때마다 흥미롭다"며 "용산구는 원래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니 동네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고, 일본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제각기 개성을 갖춘 식당이 많아 재미있다"고 말했다. 


용리단길 가게 중 한 곳은 한글 병기 없이 일본어로만 된 간판을 내걸었는데, 이곳은 매번 줄을 서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A씨는 "손님들이 일본 느낌이 나는 가게인 것을 알고 일부러 방문한다"며 "가게에서도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손님이 많고, 인스타그램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금세 또 과거를 잊고 일본 문화를 추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거부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최근 소위 말하는 핫플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도 일본어로 된 간판이나 일본식 구조물이 보이는데 거부감이 든다"며 "일제 강점기 이후 일본어와 일본식 건축물을 몰아내려고 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자발적으로 일본식 문화를 우리 생활에 들여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케팅 측면에서 외국어 표기 간판은 독창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특정 고객을 배제하는 문화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간판을 보고도 가게에서 어떤 음식을 파는지 알 수 없으니 일부 시민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위축감을 불러일으킨다"며 "특정 고객을 타깃으로 한 전략이겠지만, 일부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관리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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