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마크 위조한 중국산 유리
아파트 공사에 철근을 빼먹어 붕괴 사고를 냈던 GS건설이 이번에는 한 채에 수십억원을 웃도는 고급 아파트에 품질을 위조한 중국산 유리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돼 다시 부실시공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GS건설이 시공해 준공한 지 수년이 지난 서울 서초구의 A 아파트 단지에 한국표준(KS) 마크를 위조한 중국산 유리가 수천장 시공된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세대 난간과 연회장, 스카이라운지, 옥상 등 주민들의 휴식, 문화 공간들에 설치됐다. 이들 장소는 일정한 하중과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강화유리가 설치돼야 하는데 중국산 제품은 성능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유리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가 저가로 낙찰된 경쟁 업체를 추적해 증거를 확보, 경찰에 고발함으로써 드러났다. GS건설에 유리를 납품한 업체와 중국산 위조품을 수입한 업체는 최근 당국의 처벌을 받았다.
아파트 시공 총책임자인 GS건설은 자기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아파트 단지의 유리공사를 D사에 하청을 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중국산 위조 유리들이 대거 반입됐으며, GS건설은 이를 알지 못했다는 해명이다.
GS건설이 하청 업체를 상대로 확인한 결과 T 유리가 제품의 납기 등을 맞추기 위해 중국산 유리 2천500장을 수입한 후 국내에서 KS 마크를 위조해 부착했다는 것이다. T 유리는 이렇게 위조한 제품을 정품 유리 1천500장과 섞어 납품했다고 한다.
GS건설은 다만 아파트 시공사로서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인정, 이미 시공된 유리들을 모두 정품으로 다시 시공해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10억원의 예산도 편성했다고 한다. GS건설은 엉터리 공사를 한 하청업체에 대해서도 고발함과 동시에 구상권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국 유리의 가짜 KS 마크는 진품과 크게 다르고 맨눈으로도 금방 확인할 수 있어, 시공 과정에서 관리 감독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는 이에 따라 유리 파손으로 추락 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문제의 유리가 시공된 장소에 주민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KS 마크 위조한 중국산 유리가 설치된 아파트 난간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사 시방서에 KS 제품을 사용하게 돼 있고 (품질을 위조한 유리 사용이) 건축법에도 위반되는 사항이다. 중국에서 위조된 가짜 KS 제품은 재건축 당시 감리회사에서 확인되지 않고 반입돼 시공된 것으로 보인다.
품질 마크가 위조된 유리는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므로 작은 충격에도 파손돼 대형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관련자들을 사기, 배임 등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은 앞서 작년 4월 29일 오후 11시 30분경 인천 서구 원당동의 검단 신도시 안단테 자이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 1층 지붕층인 어린이 놀이터 예정 지점과 지하 주차장 2층의 지붕층이 연쇄적으로 붕괴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기둥 32개 중 19개에서 주요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고 이에 따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순살 자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GS건설은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결국 무너진 주차장을 포함해 이미 지어진 아파트 17개 동을 전면 철거하고 재시공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