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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좌초된 강성 '임현택號 의협'…의정갈등 해소 단초되나

막말 논란·전공의들과의 불화 속 취임 반년 만에 탄핵 불명예비대위·전공의단체 관계개선 기대…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 '주목'

    탄핵 가결에 떠나는 임현택 의협 회장 (사진 연합뉴스 제공)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0일 취임 반년 만에 탄핵당한 데엔 잇단 '막말' 논란에 따른 의사 명예 실추와 함께 의정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 등과의 '불화'가 크게 작용했다. 


무엇보다 의정 갈등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잇따라 임 회장 탄핵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현 집행부 체제로는 사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불신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공의들이 비토한 임 회장이 물러나면서 새 의협 지도부와 전공의 단체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의료계의 여야의정 협의체 추가 참여 등을 통해 의정 갈등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막말·불통 속 반년 만에 낙마…전공의의 탄핵 요구 결정적
의협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 가결은 2014년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등을 둘러싼 의정 갈등 국면에서 임기를 1년 남기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 이후 10년 만이다. 이후 추무진, 최대집, 이필수 전 회장도 탄핵 위기를 맞았으나 모두 생존했다.


임 회장이 취임 반년 만에 의협 역사상 두 번째 탄핵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데에는 표면적으로 거듭된 막말 논란과 금전 요구 의혹 등으로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시절부터 돌출 발언을 쏟아냈던 임 회장은 의정 갈등 국면에서 정신장애인 비하 발언 등 여러 차례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온라인에서 자신을 비방한 시도의사회 이사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하는 녹취가 공개되기도 했다.


특히 임 회장이 장기화한 의정 갈등을 풀어나갈 적임자가 아니라는 인식이 불신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의대 증원으로 불거진 의정 갈등 해소의 열쇠를 전공의들이 쥐고 있음에도 임 회장과 전공의들 간의 갈등이 부각된 탓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막판까지 예측이 힘들었던 대의원들의 표심이 탄핵으로 기운 것은 최근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대의원들에게 임 회장 탄핵을 공개 요청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탄핵 요청을 언급하며 '내부의 신임을 얻지 못하는 회장이 외부와 협상을 잘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임 회장이 간호법 제정과 공포를 막지 못한 점, 내년도 수가 협상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점 등도 불신임안 발의 사유로 제시됐다.


◇ 의정 갈등 새 국면…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관건
임 회장의 탄핵으로 9개월째를 맞는 의정 갈등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의협은 정관에 따라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며, 오는 13일 구성될 비대위가 차기 집행부 선출 때까지 공백을 메운다.


비대위나 차기 집행부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장기화한 의정 갈등 국면에서 의사 사회의 피로도도 높은 만큼 지금까지의 투쟁 방식과는 다른 방향을 모색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당장 11일 '개문발차'할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협이 너무 늦지 않게 합류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의협은 협의체 출범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도 불참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여기엔 전공의들의 반발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의정 갈등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들이 협의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의료계 유일 법정단체인 의협이 참여하기는 부담스러운 처지였다.


다시 말해 의협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결정하기 위해선 전공의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었지만, 임 회장과 전공의 대표는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충돌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 구성될 의협 비대위나 차기 지도부는 우선 전공의 단체와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이날 총회 후 브리핑에서 "기존 집행부엔 전공의가 협회에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라인이 없었다"며 "비대위엔 전공의들도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협의체에 불참하기로 한 입장에 당장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수는 있지만 의협과 협력해 좀 더 전향적인 접근법을 택한다면 지리한 의정 대치 국면에도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 의대 교수는 "전공의 입장에선 요구했던 탄핵까지 성사됐는데 (협의체에) 계속 불참하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25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와 정원 재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입장차는 여전한 만큼 의료계에선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도 선행돼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개원의 B씨는 "정부 입장이 전향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비대위원장이든 차기 회장이든 협의체에 참여하자고 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의정 갈등 국면에서 전공의들이 '대화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는 점에서 새 의협 지도부와 전공의들이 더 강경한 공동 전선을 구축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없진 않다.


한 사직 전공의는 "의대 정원 백지화 없이는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전공의들의 입장이었는데 (의협 지도부가 바뀐다고) 갑자기 입장을 바꿔 참여하겠다고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 의협 수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중 주수호 전 의협 회장 등은 임 회장 못지 않은 강경파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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