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 출석(사진 연합뉴스 제공)
'12·3 비상계엄' 사태 공범으로 지목된 군인과 경찰 등을 모두 직접 수사해 재판에 넘겨온 검찰이 내란 사태 정점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선 26일 직접 조사 없이 기소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기소를 위해 송부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검찰이 추가 조사 없이 재판에 넘기면서 윤 대통령 사건에 한해서는 검찰이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기소청'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애초 검찰이 공범 다수를 수사했고, 관련 자료를 공수처에 보내 그것이 다시 윤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 기소 요구의 바탕이 된 점에서 기소청이 상정하는 수사-기소 분리 형태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검찰은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난 23일 이후 구속 기간 연장을 신청하고, 윤 대통령의 검찰 출석 혹은 검찰의 구치소 방문 조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대통령경호처와 협의하며 수사 준비에 나선 상황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검찰에 공수처 사건을 보완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구속 기간 연장 신청을 두 차례 불허하면서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구속기간 연장은 법원의 허가 사항이기에 연장이 불허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검찰과 공수처 모두 염두에 뒀지만, 공수처 수사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연장이 불허되는 상황은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구속기간이 오는 27일께 만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실상 검찰이 윤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은 지난 25일 하루 정도였다.
하지만 24일 밤 이미 법원에서 보완 수사 권한이 없다는 판단을 한 차례 받은 상황에서 검찰이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를 시도하기에는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위법수사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수본은 이날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며 법원의 2차례 구속기간 연장 불허 결정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불허 결정으로 대면조사 등 최소한도 내에서의 보완 수사주차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검도 심우정 검찰총장 주재로 이날 오전 개최된 전국 고·지검장 회의에서 법원의 구속 연장 불허와 관련해 "공수처가 송부한 사건에 대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유죄를 확정한 전례에 배치되고 기소여부 결정을 위한 보완수사 등을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등 형사사법체계에 반하는 부당한 결정이라는 데 참석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혀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검찰은 앞으로 법정에서 그동안 내란 공범 의혹을 받은 이들을 수사하면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공소 유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금까지 특수본이 수사하거나 경찰에서 송치받아 수사한 공범 사건 증거자료로도 기소뿐 아니라 혐의를 증명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10명을 내란 혐의 공범으로 수사해 구속기소 했고, 국군방첩사령부·특전사·수방사 압수수색 등을 통해 물적 증거도 다수 확보한 상태다.
검찰이 윤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진 않았지만, 그간 검찰이 작성한 김용현 전 장관 등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내란을 사전 모의하거나 직접 구체적 지시를 내린 정황이 다수 담겼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국회 등에 투입된 사령관에게 직접 국회 봉쇄 등을 지시했다는 물적·인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요할 경우 기소 후 검찰이 임의수사 방식으로 윤 대통령 측 동의를 받아 진술조서를 받는 등의 방안도 검토될 수 있으나 현실성은 크지 않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