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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칼럼

재난대응시스템 혁신 하려면

<칼럼>
재난대응 시스템 혁신하려면ㅡ
(김명자 과총 회장, 전 환경부 장관)

세계경제포럼(WEF)은 해마다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발간한다. 리스크를 잘못 관리하면 위기가 되고 위기가 심하면 재난이 된다. 2018년도 발생 가능성이 큰 5대 글로벌 리스크는 극한기후현상, 자연재난, 사이버 공격, 데이터 범죄, 기후변화 대응실패였다. 21세기 재난의 근원은 실로 다양해서 광우병처럼 유전자도 갖추지 않은 프라이온(prion) 단백질의 분자 수준으로부터 소행성과 운석의 공격(?) 등 우주적 차원까지 종횡무진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사이버·인공지능·나노·바이오 등의 기술혁신도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그 전개 양상에 따라 에러 또는 테러로 인한 리스크 유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우리가 최근 10년간 겪은 재난 리스트는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환경오염 사건 등이다. 대형 재난의 유형(66건)은 다중밀집시설 화재, 가축 전염병, 해양선박 사고, 산불, 해양오염, 철도사고, 붕괴 등의 순이다(2016년 말). 요컨대 안전사고 발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최근 재난 전문가 16인에게 정책 우선순위를 물은 결과에서도 사회안전·신종위험·자연재해·환경보건·안전복지·산업안전의 순이었다.  

이렇듯이 글로벌 차원의 리스크는 기후와 기술이 주된 위협으로 꼽히지만 한국의 상황은 전통적인 사회재난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사회재난은 예방과 대응 체계에 따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인재(人災)의 성격이 크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동안 자연재난의 안전지수가 최상위권이던 터에 지진 공포까지 겪고 있다. 지난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지난해 11월 포항 지진 이후 총 100여 차례 여진 발생에 대해 아직 원인을 몰라 불안하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미세먼지 오염은 만성적인 재난이 돼 버렸다. 

지구촌의 재난은 복합적이고 지정학적인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자연재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 거대한 산업 인프라에 불똥이 튀어 엄청난 경제·사회적 피해를 초래한다. 시스템 일부에서의 실패가 총체적 실패를 초래하는 시스템적 위기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는 리스크 거버넌스로 바뀌고 있다. 재난 예방뿐만 아니라 구조 이후의 복구를 위한 복원력(resilience) 강화가 요체다. 이를 위해 공공·민간 부문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하고 중앙 상급기관의 주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가 주인의식으로 공동대처하는 집단행동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신속한 재난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하고 행정안전부가 재난 관리 단계별로 22종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그러나 사고 때마다 여전히 허점이 드러나고 있어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2015년부터 실시하는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실명제 도입, 진단 결과 공개, 지방자치단체별 안전도 평가 공개방안 검토로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한다. 

최근 재난 거버넌스에서는 사회적 우려를 파악하고 잠재울 수 있는 ‘안심’ 평가가 눈에 띈다. 국민이 리스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사회적 우려는 무엇인가, 사회경제적 충격은 어떤가를 헤아리고 대응할 수 있어야 사회적 수용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안전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 기본조건은 신뢰다. 그런데 한국사회 신뢰 수준 조사(성균관대 위험커뮤니케이션연구단, 2017년 4월) 결과에 의하면 자신(64점/100점)과 가족(62점)이 가장 높고 국가 정부(24점)가 최하위였다. 

우리 사회는 단기간에 초고속 근대화·산업화의 압축성장을 거치면서 기술사회를 떠받치는 시스템적 가치관의 정립에는 못 미쳤다. 그 대가를 한국형 사회재난으로 치르고 있다. 이 후진적인 덫에서 벗어나려면 공공 부문만으로는 안 된다. 사회 전반에 걸쳐 재난 대비의 기본질서가 갖춰져야 한다. 재난 대응 첨단기술도 국민의식 캠페인과 교육훈련 등 대응 체계와 연계될 때 효과를 낼 수 있다. 재난 거버넌스의 성공적 작동을 위해서는 관련 주체의 역할과 책임 분담, 협동과 신뢰에 바탕을 둔 혁신체제와 사회문화적 토양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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