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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10년 지인 흉기 살해 혐의 50대, ‘무죄→→징역 13년’

法, 피고인 진술보다 범행 목격자 진술 신빙성 판단

 

10년 동안 알고 지낸 지인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50대가 항소심에서 중형에 처해 졌다.

경북일보에 따르면 대구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연우 부장판사)는 16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모(5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3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이가 감나무에 범행에 사용된 칼을 꽂아두는 등 행동이 다소 이상하기는 했지만 알코올중독 치료 경험에다 만취 상태를 고려하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일관된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죄질과 범정이 매우 무겁고,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방치하고 구호조치도 하지 않았다”면서 “신체장애에 대한 모욕적인 피해자의 말을 듣고 술에 취해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014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다쳐 장애 6급 판정을 받은 최씨는 우모씨, 또다른 최모씨와 경북 청도군에서 10년 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면서 종종 술을 마셨다. 지난해 1월 20일 오후 4시께 지인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경산시로 나간 최씨는 우씨를 만났고, 5시간 뒤에는 또다른 최씨도 합류해 청도군에 있는 단란주점으로 가 함께 술을 마셨다. 주점 사장과 실랑이 끝에 술값은 외상으로 하기로 했고, 21일 새벽 1시 25분께 최씨의 집으로 갔다. 오전 7시 40분께는 최씨의 부탁을 받은 택시기사가 술을 전해주고 가기도 했다. 오후 1시 9분께 친구 최씨는 최씨의 집에서 나와 품속에서 흉기 2자루를 꺼내 감나무에 꽂아두고 근처 도로에 누웠다가 오후 2시께 다리가 아프다며 주민에게 신고를 부탁해 출동한 구급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최씨는 이날 오후 1시께 지인에게 “친구 최씨가 우씨를 죽이고 도망갔다”고 알렸고, 지인의 차량을 타고 파출소에 가서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최씨는 “친구 최씨가 우씨와 다투다 우씨를 살해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가 “수면제와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깨어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최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사실은 이렇다. 1월 21일 오후 1시께 최씨는 자신의 집에서 우씨, 친구 최씨와 술을 마시던 중 “장사를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우씨는 “다리도 편치 않은 데 무슨 장사를 하느냐”고 되받았고, 최씨는 서랍장에 있던 30㎝ 길이의 흉기를 꺼내 우씨를 위협했다. 다시 우씨는 “남은 다리도 마저 잘라줄까”라고 비난했고, 화가 난 최씨는 우씨의 오른쪽 등 부위를 한 차례 찔렀다. 우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최씨는 피해자를 찔러 살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김상윤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9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최씨가 우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는 사실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구체적인 상황이나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10년 넘게 만난 피해자와 특별한 문제도 없던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만한 특별한 동기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 피해자의 사망 사실이나 범행현장을 은폐하려 하지 않은 데다 파출소에 찾아가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는 등 살인 범행을 저지른 사람의 범행 후 정황으로 보기에는 다소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기에다 범행도구에 대한 유전자 감식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친구 최씨의 DNA가 모두 검출돼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사람이 최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범행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친구 최씨에 대해서도 “범행을 신고하거나 피해자 구호를 위한 119 신고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고,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구급차를 타고 범행을 떠난 점 등을 종합하면 범행을 직접 목격한 사람의 행동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피고인이 무릎을 꿇어앉고 피해자의 옆구리 쪽을 찔렀다’고 진술했지만, 피고인은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에 수술을 받고 장애가 남아서 다리를 구부리거나 꿇어앉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친구 최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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