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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칼럼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과 우리나라 마녀사냥과의 우의 비교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과 우리의 마녀사냥 중 어느 것이 더 심각할까?

 

지난 2월 13일(현지시간) 미시간주립대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미국은 총기로 4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면 총기난사 사건으로 분류하는데 2014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총기 난사 사고는 대중의 관심을 끌며 경각심을 일으키긴 하지만, 사실 총기 관련 사망 원인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 2020년 기준 총기난사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총기 사망자의 1.1%였다. 미국의 질병관리센터(CDC)가 지난해 5월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 총기 관련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살인과 자살을 합해 4만 3,595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15% 늘어난 수치이다. 이중 자살 사건이 2만 4,245건으로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1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너무 많은 미국 지역사회가 총기 폭력에 의해 파괴됐다. 우리는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미 의회에 모든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 공격용 총기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총기 안전 보관 요구, 총기 제조사에 대한 면책 특권 폐지 등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모든 미국인이 '이제 그만'을 외치면서 의회가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우리가 잃은 모든 사람들과 슬픔 뒤에 남겨진 모든 사람들에게 적극 노력해야 할 빚을 지고 있다(We owe it to all those we’ve lost and to all those left behind to grieve to continue to act)"고 했다.

 

우리는 이런 미국의 계속되는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서 미국에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사실상 내전 상태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미국 스스로도 치명적 폭력의 악순환에 빠졌다고 자성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총기난사는 시민의 총기 소유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그것은 헌법이 시민의 총기 소유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갤럽이 2021년 10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기난사 사건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그 이전 60% 이상에서 52%로 오히려 낮아졌다. 또한, 최근 미국인의 총기 소유가 더 증가하여 2020년 2,300만 정이 팔려나갔는데, 이는 1년 전인 2019년에 비해 65% 증가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정치 사회적 불안감이 배후에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은 백인이 인디언을 죽이고 흑인을 노예로 삼아 건설했고 세계 각국으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여 강대국이 되었는데, 최근 인구 구성의 변화에 따라 백인의 위상이 위축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마 우리는 대부분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서 끔찍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미국에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미국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가기 위해 줄을 서 있고 출산율도 OECD 평균을 웃돌고 있다. 반면, 우리는 사실상 새 생명의 탄생이 멈춰버렸다. 이상하지 않는가?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미국은 총기난사로 많은 목숨이 희생되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자살률이 20여년간 세계 최고로 높아서 많은 목숨이 희생되고 있다. 우리의 자살률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이혼율 증가와 같이 증가했고 2003년부터 자살이 2030대 사망 원인 1위가 되면서 2003년부터 세계 최고를 계속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와 미국의 자살률 차이에 따른 사망자를 마녀사냥의 결과라고 개략적으로 추정하면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과 우리의 마녀사냥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있지만, 우리의 마녀사냥은 보도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더 문제가 된다.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보다 우리의 마녀사냥이 더 심각하다고 본다.

 

첫째, 사망자가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2020년에 미국에서 총기난사로 죽은 사람은 5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2020년에 우리나라와 미국의 자살률을 비교하면 10만명 당 각각 25.4명과 14.1명(미국의 자살률도 OECD 평균 11.3명보다는 높음)으로 그 차이가 11.3명인데, 우리 인구 5,00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5,000명을 넘는다. 만약 이것을 미국 인구 3억 3,00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3만 3,000명을 넘는다. 미국의 총기난사 사망자 500명과 단순 비교해도 우리의 마녀사냥 희생자가 10배 정도가 된다.

*사진출처  노컷 뉴스

 

둘째, 미국의 총기난사는 언론이 크게 보도하면서 전 국민이 사망자들을 애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마녀사냥 희생자들은 그렇게 많이 죽어도 아예 보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구천에 떠돈다. 그러니 우리 사회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셋째, 미국의 총기난사 범인은 사법당국에 의해 엄정한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마녀사냥 범인은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활개치며 살고 있다. 의가 땅에 떨어졌다.

우리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괴롭힘은 폭력으로 엄격하게 다스리는 반면, 사회에서 아무 잘못 없는 사생활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마녀사냥은 모두 외면하고 있어서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마녀사냥은 죽을 때까지 하는 끔찍한 폭력이고 인격살인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미국의 총기난사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도 우리가 잃은 모든 사람들과 슬픔 뒤에 남겨진 모든 사람들에게 마녀사냥 척결이라는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마녀사냥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이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으니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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