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박 기 동>
♥적대적 공생♥
“저 놈이 내 원수인데 10년 동안
매일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맞대고 정치를 논했으니 어찌 내게
화병이 생기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
조선 22대 임금 정조.
대왕으로 불리는 몇 되지 않는 개혁군주였다.
지극한 효자였던 그는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처참하게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때 뒤주 곁에서 술을 마시며 사도세자를
능멸하던 훈련대장 구선복을 뼛속 깊이 새겼다.
하지만 그가 조정을 장악한 노론 소속인 데다
군권을 쥐고 있어서 정조는 태연히 그와 정치를 논했다.
10년을 기다렸다.
구선복의 역모가 드러났다.
그는 능지처참형에 처해졌고 가족들은 노비로 전락했다.
“살점을 씹어 먹고 가죽을 벗겨 깔고 자도 시원치 않다”고 했던 정조.
그는 조정을 장악한 정당,
노론까지 치고 싶었지만 그들과 웃으며
정사를 의논했고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우리가 직면한 현안들이 만만찮다.
재정과 무역수지 쌍둥이 적자,
주변 강대국들의 국수주의 강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중국 외교 갈등,
북한 위협 등이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대통령이 거대 야당 대표와
무릎을 맞대고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법 리스크가 가로막고 있지만 정치와는 별개 문제다.
출범 1년이 넘도록 제1야당 대표를
외면한 것은 치열한 공격 빌미가 될 것이다.
영수회담을 거듭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에게 명분을 쌓아주고 있다.
거절당하면서도 민주당이 뒤에서 웃는다.
내년 총선에 ‘오만 불통 정권 심판론’을 들고나올 것이다.
표심이 ‘정권견제’로 기울 수 있다.
지금도 심상찮다. 22대 국회가 다시 여소야대가
되면 곧바로 레임덕에 들어가고 국정이 사실상 마비된다.
정조가 ‘적대적 공생’을 선택한 이유를 살펴야 한다.
미국 존 F.케네디 대통령이 조언해 준다. “정치는 포용의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