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철길과 도로가 차지하던 공간이 시민들을 위한 주거·산업·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지상에 있던 철길과 도로를 지하에 새로 건설하는 '철도·도로 지하화' 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철길과 도로에 가로막히며 발생했던 도시 단절 문제, 만성적인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장기 사업으로, 크게 철도 지하화 사업과 지하 고속도로 사업으로 나뉜다.
◇ 철도 지하화 사업…올해 12월 선도사업 지정해 '성공모델'로
우선 국토교통부는 오는 3월 철도 지하화 사업의 첫 단추인 종합계획 마련에 나선다. 지하화될 노선·구간을 비롯해 지상공간 개발 구상, 철도 네트워크 재구조화 방안 등이 담긴다.
국토부는 용역을 거쳐 6대 특별시·광역시 등을 중심으로 내년 12월까지 노선을 확정할 계획이다.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지방권을 고려해 수도권과 짝지어 패키지 개발하거나 추가 출자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철도 지하화 사업의 성공모델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일부 구간은 선도사업으로 지정해 신속히 추진한다.
국토부는 올해 12월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제안한 사업 중 완결성이 높은 구간을 선도사업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철도 구간은 종합계획 수립 이전부터 기본계획을 수립해 최소 1∼2년 준비기간이 단축된다.
현재 서울(경부선·경인선·경원선), 부산(경부선), 대구(경부선), 인천(경인선), 대전(경부·호남선), 광주선·경의중앙선 등이 검토되고 있다.
철도가 빠져나간 지상공간의 활용방안도 다각적으로 검토한다.
국토부는 역세권 상부공간은 주거·산업·문화가 융합된 혁신 거점으로 조성하고, 선로 주변의 노후화된 지역은 철도 부지와 함께 통합적으로 재정비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상부 공간 개발에 따른 이익은 철도 지하화 사업의 재정 기반이 된다. 국토부는 채권 발행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이를 상부 개발 이익으로 충당하며 별도 재정 투입 없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하에 철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철도간 네트워크도 새롭게 설계한다. 지하화 노선과 타 노선을 연계하는 최적의 방안을 담은 도심 철도 지하망을 구상하고 지하 통합 역사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예정이다.
국토부의 '큰 그림'이 마무리되면 각 지자체별로 사업 범위와 단계적 추진 방안, 재원 조달 계획 등이 담긴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용적률·건폐율 완화 및 부담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무분별한 계획이 추진되지 않도록 중앙도시계획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수익성과 공공성을 고루 평가할 예정이다.
이후 공사기간, 지상 부지 조성 등을 합쳐 총 사업 기간은 1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철도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도 탄탄하게 구축한다.
내년 1월 시행될 철도지하화특별법에 맞춰 하위 법령을 제정하고, 토지·출자 규모 등을 검토할 등 전담 추진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지자체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권역별 협력기구, 릴레이 설명회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 2026년부터 지하 고속도로…"도로 용량 확장한다"
철도와 더불어 도로도 지하화한다.
국토부는 도로의 경우 만성적 교통 정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반적인 용량 확장에 중점을 두고 지하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도권제1순환·경부·경인 고속도로는 보다 신속히 진행해 오는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착공할 예정이다. 수도권제1순환 고속도로는 서창∼김포 구간, 경부 고속도로는 용인∼서울 구간의 지하화가 추진된다.
또 부산 사상∼해운대 민자도로의 경우 내년까지 협상을 마치고 이르면 2028년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로가 지하화될 경우 침수, 화재 등 재난·사고 대응방안, 운전자들이 느낄 폐쇄감 등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지하도로 연구개발(R&D)도 오는 4월 중으로 착수한다.
철도와 마찬가지로 도로 지하화에 따른 상부공간 활용방안도 찾는다. 공원, 녹지 등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하거나 업무 시설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 미래 모빌리티, 상용화 넘어 일상화를
국토부는 '2025년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에 발맞춰 수도권 실증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실증을 위한 실증구역 지정, 맞춤형 규제 특례를 마련하고, 오는 8월에는 아라뱃길 상공에서 최초로 UAM 비행을 실시한다. 이후 한강과 탄천으로 실증범위는 점차 확대된다.
상용화 이후 서비스 확산을 위한 세부 로드맵도 마련했다.
UAM 활용의 표본이 될 수 있는 관광·치안·의료 등 UAM 선도사업 모델을 마련하고, 운행 안전 및 보안을 위한 제도도 보완할 계획이다.
초기 상용화에 대비한 기초 기술에 약 800억원, 성장기에 대비한 핵심 안전 운용체계 구축을 위해 약 1천억원 등을 투입해 기술 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서비스도 본격화한다.
심야시간, 교통취약지역 등에 자율주행 서비스를 도입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산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충청권의 광역교통 자율주행 버스, 서울의 자율주행 새벽동행버스 등을 확대하고, 강원 등 교통소외지역을 위한 서비스도 다각화한다.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되도록 올해부터는 지자체에 재정적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차량 성능인증제도 추진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성능 인증을 받은 경우 시범운행이 아닌 곳에서도 제한적으로 유상 운송을 할 수 있게끔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027년 레벨4 완전자율주행 상용화'에 대비해 차량 안전 기준, 보험 제도 등을 고도화하고 경기 화성에 마련되는 자율주행 리빙랩의 설계를 오는 9월부터 착수한다.
생활 밀착형 모빌리티 서비스로는 오는 5월 도입되는 K-패스가 있다.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 시 교통비의 20∼53%를 환급해주는 서비스로, 광역버스 및 GTX 등과 연계해 수혜 범위를 넓혔다.
또 실시간 교통 상황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MaaS(전국 통합교통서비스) 활성화도 지원한다.
고속도로 교통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정체 구간 및 시간을 예측하고 이를 알리는 교통 예보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또 철도, 버스, 항공 개인형 이동장치(PM) 등을 아우르는 전국 MaaS 시범사업 서비스도 올 상반기 중으로 개시할 방침이다.
이밖에 플랫폼 택시 서비스의 공정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서비스 평가제, 우수 플랫폼 인증제 등도 올해부터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