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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고기 잘 잡혀 좋아했는데"…애타는 금성호 실종자 가족들

해경 경비함정 타고 사고 해역으로 이동

    금성호 사고 해역 향하는 실종자 가족들(사진 연합뉴스 제공)

 

금성호 침몰 사고 이튿날인 9일 오후 사고수습대책본부가 꾸려진 제주 한림항 선원복지회관에는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선원복지회관에 마련된 실종 선원 가족 대기실은 텅 비어 있었고, 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에 복지회관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다 눈물을 흘리거나 양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전날 사고 소식을 듣고 제주에 도착한 135금성호 어로장 동생 A씨는 "오빠가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때부터 뱃일을 하기 시작해 어로장까지 됐다"며 "작년에 어획 부진으로 어로장을 못하게 됐다가 다시 어로장을 하게 된 지 몇개월밖에 안 됐는데 사고가 났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A씨는 "오빠가 새로 어로장을 맡고는 '어획이 잘됐다. 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좋아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실종자 가족은 사고수습대책본부 관계자를 붙잡고 수색 인원 추가와 조류에 따른 수색 범위 확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실종자 선원 지인 B씨는 "실종자 발견이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2주 후가 될지 모른다. 실종자 가족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해외에서라도 구조 장비를 가져와 침몰한 배에 실종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빠르게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 10여명은 이날 오후 한림항에서 제주항으로 이동, 500t급 해경 경비함정을 타고 사고 해역에 갔다왔다.


실종자 가족은 해경에 실종자 수색 상황과 사고 현장을 직접 보고 싶다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마 사고 해역으로 가지 못한 일부는 선원복지회관에 머물렀다.


사고에서 살아남은 선원들도 실종된 동료들이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다.


금성호 항해사이자 사고 당시 동료들을 여럿 구한 것으로 알려진 이모씨는 9일 당시 상황을 묻는 말에 눈물을 보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금성호와 같은 선단 선에 탔던 30대 선원 박모씨는 "이씨가 필사적으로 선원 다수를 구조했고, 구조를 마친 뒤 제일 마지막으로 선단선에 올랐다"며 이씨가 구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한림항에 와 간단한 진찰을 받은 뒤 자신이 가장 사고해역 상황을 잘 알고 있으니 동료 구조 작업을 돕겠다며 다시 배를 타고 사고해역으로 나가기도 했다.


이씨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동료들에 대해 "한솥밥을 먹던 분들이다. (물 밖으로) 올라와야죠. 집에 가야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구조돼 제주도에 왔다가 다시 사고 해역으로 나간 데 대해서는 "저는 한 것이 없다. 아직 실종자 분들이 물 속에 있는데, 제가 뭐라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 8일 오전 4시 31분께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부산 선적 129t급 대형 선망 어선 135금성호가 침몰 중이라는 인근 어선의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승선원 27명 가운데 15명은 인근 선박에 구조됐으나 이 중 한국인 2명은 숨졌다. 또 한국인 10명과 인도네시아인 2명 등 12명은 실종 상태다. 


해경 등은 실종자를 찾기 위한 8일 밤부터 9일 아침까지 밤샘 수색을 한데 이어 수색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실종자 발견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사망자 2명은 이날 오후 항공편으로 제주에서 경남지역 연고지로 운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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