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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참사를 지켜보며 우리주변은 안전한지?

[제천참사를 지켜보며 다시금 주변은 안전한지?]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를 보며 가슴이 찢어짐을 주체하기 힘들다. 거기에 내가 있었을 수도 있고 내 가족과 친지들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좀 이성적으로 현실을 보려 노력하면서, 제대로 읽지도 않을 긴 글을 또 써내려 간다.

너무 예민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이번 참사를 보면서 법학자로서 또 한번의 비애와 책임감을 느낀다. 얼마 전 90년대 초에 있었던 ‘두밀분교폐지조례 무효판결’을 회고하며 ‘지방소멸의 전조’임을 깨닫지 못한 책임을 통감했었다. 

그런데 또 한번의 자책을 한다.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참사를 보며 이를 미리 못막은데 대하여 법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자인한다. 

역시 20년 정도 전이었다. 골목주차의 위험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었던 때였다. 아마도 독일의 기억이 잠재되어 있었을 것이다. ‘골목 불법주차’를 엄격히 단속하자는 말을 곳곳에서 하고 다녔던 때였다. 

그러던 차에 대법원은 수원시의회가 의결-재의결한 ‘수원시차고지확보조례안’이 무효라고 판시했다. 내용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일정 cc 이상의 승용차와 화물자동차의 경우에는 출고하더라도 수원시 일정 구역에 차량 신규 등록시에는 ‘자동차 차고지 확보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법령의 위임이 없는 조례’라는 이유로 무효 판단을 하면서 수원시장(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수원시의회(피고) 측의 주장인 “자동차운수사업법령과 자동차관리법령이 근거법령이 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나는 이 판례에 대한 비판 논문을 기고하고(수원시자동차차고지확보조례의 위법 여부, 권영성교수 화갑기념논문집, 1999.11.) 학술대회에서 발표도 했다. 지방자치법 제15조(현행 제22조) 본문의 ‘법령의 범위 안에서’와 동조 단서의 “주민의 권리 제한/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 과 벌칙을 정하는 경우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너무 엄격히 해석하여 위 조례안을 무효로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당시 난 이 판례의 이면을 봤다. 증거가 없으니 꼭 그렇다고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 사건 판단에는 ‘자본의 논리’가 지배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아니, 난 그렇게 이 사건을 접근했다. 조례의 유-무효에 따라 차량 판매고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은 즉, 판례는 충분히 ‘법률의 위임’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당시까지의 대법원 유사판례를 봤을 때 그러했고, 해석론적으로도 위임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고 보았다. 

문제는 이 판례의 대상인 ‘수원시 차고지 확보 조례’는 수원시 도심과 골목들이 너무 차량의 포화로 인해 교행은 고사하고 일방 통행조차 어렵고 위급시 사고에 대처하기 힘든 현실을 고려해 도입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도로의 포화도 그렇지만, 수원시는 이미 좁은 골목의 이중주차나 양측주차로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어 대형사고가 날 수 있는 현실을 인식하고 조례로 이를 통제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자동차등록 때 ‘차고지확보증명서 제출’을 요구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입법의 실행에 옮긴 점에서 수원시의 앞선 생각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조례안 무효 판결은 원고인 수원시장의 손 뿐 아니라, 대기업인 자동차 생산회사의 손을 들어 준 것이었고, 또 자동차 판매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었다. 물론 나의 주관적 판단이긴 하다. 그러나 그 판결의 결과는 “차량의 포화->골목의 이중주차와 양측주차->사고시 위기대응의 지체”로 이어지는 것을 촉진시켰고 위기대응에는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나의 논문에서도 이 점을 강조를 했었다. 

그러기에 대법원도 이번 제천 참사와 그동안의 도심 내지 주택가 야간 화재 사건의 대형재해로의 진행으로 나아가게 한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물론 우리 법학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함께 자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 나온 김에 한 마디만 더 보태고자 한다. 첫째, 보다 더 근본적인 책임은 1990년의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택상법)로 거슬러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호화주택의 개념을 200평 이상의 큰 집으로 정의하고(대도시 660제곱미터), 이를 초과하는 주택에 중과세를 하면서 현금 납세 하지 못하면 물납으로라도 하게 만든 것이 이 법률이었다. 토지공개념법의 하나로서 그 입법 의도는 옳았으나, 다른 측면에서는 부작용이 있었다. 
동법 시행을 전후해 골목의 큰 단독주택들이 다가구주택으로 바뀌었고 자연스럽게 조용했던 골목들은 차량들로 넘쳤다. 이웃간에 말다툼과 칼부림이 벌어진 것도 이로 인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위 수원시차고지확보조례는 이런 당시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갔다. 골목골목에 가구는 몇 배로 늘고 차량도 덩달아 늘어서 주차갈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대법원이 무효로 판시해 버렸다. 

둘째, 위급시에 소방차량이 진입하지 못해 도로를 막고 있는 차량을 이동시켰을 때 그 파손에 대한 책임은 소방관이 지도록 하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이번 제천참사에서도 6분만에 소방차가 도착했음에도 골목차량으로 인해 30분을 지체할 수밖에 없어 더욱 큰 참사로 이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소방법을 개정한다고 하던데 그것이 잘 진행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떻든 그간의 쌓인 안이함 - ‘적폐’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 으로 인한 총체적 결과가 이런 참사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골목만 열려 있었으면 저렇게까지 대형 참사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이런 문제점이 종합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불행한 일들은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난 그게 더욱 두렵다. 모두 함께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차고지확보조례 도입도 재검토하기 바라고 또 골목 주차문제도 해결할 방도를 찾기 바란다. 과거를 아는 이들에 의한 종합적 체계적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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