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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집단휴진 이틀째…"환자 살 기회 놓치면 안 돼"

진료실 텅 빈 서울대병원…휴진 의사 돌아온 보라매병원

    진료 기다리는 환자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가 '무기한 집단휴진'에 돌입한 지 이틀인 18일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두 병원 모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서울대병원에서는 불만 켜진 채 환자 없이 텅 빈 진료실이 눈에 띄었다면 보라매병원에는 휴진 뒤 복귀한 진료의가 더러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께 종로구 서울대병원은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다.


검사 대기실은 절반 이상 빈 곳이 대부분이었고, 늘 줄이 늘어서 있던 병원 내 카페 등 부대시설에도 대기 줄이 없었다.


상황은 진료실도 마찬가지였다.
폐암·위암센터 진료실 9개 중 2개는 불만 켜져 있었고, 갑상선·두경부암 영상검사실은 텅 비어있었다.
병원 곳곳에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쓴 '휴진을 시행하며 환자분들께 드리는 글'이 붙어 있었다.


비대위는 이 글에서 "휴진으로 큰 불편을 겪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하루아침에 뚝 떨어진 2천이란 숫자에서 시작된 독단적인 정책에 맞서 지난 넉 달 동안 의료·교육 현장 붕괴를 막고자 밤낮으로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원을 찾은 환자는 비대위에 설득되지 않았다.
폐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를 보러 왔다는 한 환자는 "한 달 만에 병원을 찾았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없나 싶다"며 "원래는 사람이 꽉 들어차 있었는데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괜찮으려나 걱정했는데 지장이 없어 다행"이라면서도 벽에 붙어 있던 '환자분들께 드리는 글'을 가리키며 "글을 봐도 모르겠다. 의사들이 잘못인 것 같다. 환자가 살 기회를 놓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17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아왔다는 박모(81)씨는 집단휴진 소식에 마음을 졸이며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박씨는 "제대로 치료를 못 받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환자가 줄어 오히려 대기 시간이 줄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재활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온다는 그는 경련이 계속되는 손을 꼭 붙잡으며 "휴진은 말이 안 된다. 의사들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사람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라고 말했다.


집단휴진 여파는 입원 병동에까지 미친 듯했다.
오전 10시 30분께 입·퇴원 수속 창구 앞에는 대기자 3명만 앉아 있었다.


20살 딸이 아르바이트하다 다쳐 수술 후 입원했다는 박모(47)씨는 "병실이 절반 넘게 비어 있었다"며 "1인실이나 2인실에 가고 싶었는데 분명 병실이 비어있는데도 자리가 없다며 6인실로 안내받았다"고 전했다.


반면 오전 10시께 찾은 동작구 보라매병원은 환자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1층 예약·수납 창구에는 20여명이 벤치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2층 신경외과·신경과·성형외과에는 환자 30여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전날 휴진을 했던 당뇨내분비센터 진료의와 소화기내과 교수도 이날은 환자를 받고 있었다.


담당 진료의가 휴진이라 전날 헛걸음을 해 이날 병원을 다시 찾은 이모(74)씨는 "진료가 미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은 의사도 환자도 다 같이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6개월마다 병원을 찾는데 다음에 올 때는 사태가 해결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소화기내과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약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강모(66)씨는 "평소처럼 대기 중인 환자도 많고 진료를 받는 데 차질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서로 피보는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며 "의료계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성 있는 대안을 냈으면 하고 정부도 국민 마음을 잘 반영해서 정책을 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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