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실종된, 민주주의 민주당♥ “한국 민주주의에는 정치가 없다.” 민주주의가 숨 쉬는 원천은 정치다. 정치는 권력 배분이고 그 바탕은 관용과 타협이다. 이 바탕이 무너지면 정치가 죽고 통치만이 작동된다. 민주주의는 자연히 거푸집으로 전락한다. 군사정권을 통해 익히 체험했었다. 문제는 정치 실종이나 변질이 여, 야 모두가 끊어내지 못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탈당을 둘러싼 민주당 내 움직임이 우려스럽다. 분위기가 매카시즘적이다. 당 대표에다 총리까지 지낸 인사가 자신을 키워 준 당을 등지고 탈당한다는 사실이 당원들에게 충격일 수 있다. ‘온갖 수혜 속에 호의호식하다 야반도주하는 몰염치’로 비난받을 여지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오래전 탈당을 예고했었다. 시간이 있었다. 이재명 대표와 담판자리도 마련됐었다. 교황선출 방식의 ‘콘클라베’는 아니어도 합의 도출을 위한 진지한 설득과 타협이 필요했다. 겨우 마련된 독대는 통과의례에 불과했다. 일찌감치 결렬됐지만, 모양새를 갖추느라 말없이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뒷이야기가 씁쓸하다. ‘헤어질 결심’을 되돌릴 의지와 타협 노력이 있기나 했
♥‘견리망의’(見利忘義),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이 저물고 있다. 3년 동안의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연초에는 희망에 부풀었는데 고물가·고금리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경제는 바닥 모르는 낙하를 거듭했다. 기업도 서민가계도 그 어느 해보다도 힘들고 팍팍한 2023년을 보냈다. 전국 대학교수들은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 적반하장(賊反荷杖), 남우충수(濫竽充數)를 1~3위로 꼽았다. 세태를 정확히 꼬집은 4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지난 한 해를 뒤돌아 보니 우리 사회 전반에 그대로 관통하고 있어 또 한 번 놀란다. 그 중 1위인 견리망의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논어에 나오는 ‘견리사의(見利思義)’의 반대말이다. 적반하장은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이고, 남우충수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피리 부는 악사들 틈에 끼어 있다는 뜻이다. 국가와 지역 사회의 이익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고 잘못한 사람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나무라고 실력 없는 사람들이 높은 자리를 지하고 앉아 있다는 의미다. 힘들고 어렵지 않았던 해
“강을 건너는 방법은 강을 건너는 것이다.” 미국 인디언 아파치 추장 제로니모. 최후의 전사였던 그는 직진본능이었다. 목적에만 집중했다. 강 속에 웅크린 채 그를 노리는 죽음의 신은 장애물이 아니었다. 정면 돌파뿐이었다. 그게 제로니모 아파치의 생존방식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가 출범했다. 법무부 장관에서 여당 대표인 비대위원장으로 직행했다. 그의 노선은 취임 전 발언에서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여의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 기성 정치와 차별화 선언이었다. 국민이 바라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의도에서는 그 ‘사투리’가 표준어다. 그의 단호한 정면 돌파 의지에 대한 당 안팎의 저항이 만만찮을 것이다. 그는 총선이란 험난한 강을 건너는 미션을 받았다. 물속에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이준석 전 대표 탈당, 공천, 당정 관계 정립 등 난제들이 부비트랩처럼 웅크리고 있다. 이 강을 건너지 못하면 그의 정치 역정은 불과 넉 달 만에 막을 내린다. 건널 수밖에 없다.“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혁신을 시사하며 그가 인용한 이 말은 중국 작가 루쉰(魯迅)의 글 일부다. 루쉰은 ‘희망이란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금단의 충성 서약♥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2018년 8월 27일 경제관계 장관회의, 전날 임명된 강신욱 통계청장이 결기를 보였다. 문재인 정권 최대 역점시책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을 무너뜨린 전임 황수경 청장을 의식했다. 황 청장은 그해 2분기 하위 가구 가계소득이 전년 대비 7.6% 준 반면 상위는 10.3% 늘었다고 발표했다. 문 정부 들어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됐다는 통계다. 역린을 건드렸다. ‘통계의 정치화’를 거부한 그는 경질됐다. 신임 강 청장은 장관들의 불안을 잠재우려 ‘금단의 충성서약’을 한 것이다. 강 청장은 서약을 지켰다. 통계도 음식처럼 ‘전화주문 받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소득분배 악화가 개선으로, 상승한 집값이 하락으로 둔갑했다. 통계청은 정권 입맛대로 가공의 수치를 만들어 짜깁기까지 했고 정책 실패 은폐용으로 활용됐다. 또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의 정직한 통계에 격노했다. “제대로 협조 않으면 조직과 예산 다 날려버리겠다. ” 조폭이 혀를 내두를 공갈 협박이었다. “우리 정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습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청각 상실 시대♥ 솔로몬이 아버지 다윗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왕위에 올랐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 솔로몬의 꿈에 나타난 하느님이 물었다. “듣는 마음을 주시어 선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자신을 위해 장수나 부귀를 청하지 않고 옳은 것을 가려내는 분별력을 청했으니 네 말대로 해 주겠다.” 듣는 능력을 받은 솔로몬은 ‘지혜의 대명사’로 역사에 기록됐다. 갓난아이를 두고 다투는 두 여인에게 “아이를 반으로 잘라 나눠 가져라”고 해 친모를 밝혀낸 명판결이 유명하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후계자로 전격 낙점한 이건희 부회장 첫 출근 때 ‘경청’(傾聽)이란 휘호를 선물로 주었다. 타인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극단의 청각상 실 시대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청각기능 자체가 아예 선별적으로 퇴화된 듯하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갈등이 우리 사회를 불신의 깊은 늪으로 끌어들인다. ‘괴담’과 ‘과학’이 얽히고설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상대진영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다. 일본에 대한 역사적 앙금이 사안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둘러싼 논쟁도 소
♥가짜뉴스♥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퓰리처상을 여러 차례 받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미국 인터넷 매체다. 각종 뉴스와 정보 등을 분석해 진실과 거짓을 분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분석했다. 약 70%가 거짓말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도 트럼프 재임 1000일간 발언을 분석한 결과 하루 13번 거짓말했다고 보도했었다. 오바마보다 거짓말 지수가 15배 높았다. 자신을 공격하는 뉴스는 ‘가짜’라 몰아 세웠고 지지자들은 그가 하는 말은 무조건 ‘진실’로 믿었다. 선거결과에 불복해 의사당 점거 사태까지 불렀다. 지난 대선 때 일부 언론에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주임 검사였던 윤 후보가 당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 모 씨를 만난 뒤 수사를 덮었다는 내용이었다. 민주당은 이를 바탕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쏠린 ‘대장동 혐의’를 윤 후보 쪽으로 돌리려 했다. 민주당은 확대 재생산했고 이재명 후보는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김만배 씨가 기획하고 조작한 가짜뉴스로 드러났다. 김 씨는 조 씨에게 “나중에 사실이 아니었다 하면 된다” 며
♡大 丈 夫(대장부),이 시대 대장부는 있는가 ?♡ 나는 천하의 가장 넓은 곳에 거하리라! 나는 천하의 가장 바른 자리에 서리라! 나는 천하의 가장 큰 길을 걸어가리라! 내 뜻을 세상이 알아주면 백성들과 함께 그 뜻을 함께 실현할 것이요,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나 홀로 나의 길을 걸으며 살리라! 부귀영화도 나를 속되게 할 수 없고, 가난과 역경 속에서도 내 뜻을 바꾸지 않을 것이며, 어떤 위협과 협박에도 굴복하지 아니 하리니, 이렇게 사는 사람의 인생을 대장부라 하느니라. 居天下之廣居(거천하지광거)하고 立天下之正位(입천하지정위)하고 行天下之大道(행천하지대조)하고 得志與民由之(득지유민유지)하고 不得志獨行其道(부득지도행기도)하리라! 富貴不能淫(부귀불능음)하고 貧賤不能移(빈천불능이)하고 威武不能屈(위무불능굴)이니 此之謂大丈夫(차지위대장부)니라! ♥ 나는 대장부로 살아가고 있는가? 공자님의 논어에는 군자에 대하여 “나는 군자인가 소인배인가?” 라고 했습니다만, 공자님(BC551~479) 보다 107년 후에 태어난 맹자는(BC372~289) 공자에 대하여 대장부라 정리 하였다. "세상의 부귀영화도 가난도 역경도 어떤 위협과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고 오직 큰
♥죄와 벌♥ ‘죄인들을 총살형에 처한다. ’ 늘어선 십자가에 죄수들이 나란히 매달렸다. 멀리 교회 금빛 종탑이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거총!’ 소총수들의 총구가 사형수들을 향했다. 28살 도스토예프스키도 불온서적을 읽은 혐의로 십자가에 매달렸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의 지식인 탄압은 집요했다. ‘사격 중지!’ 사격 직전 달려온 황제의 사자가 사격 중지를 외쳤다. 유배로 감형됐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유배에서 풀리자 작품을 쏟아냈다.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인류의 찬란한 문화유산들이 탄생한다. 정부는 사문화된 사형제도 보완을 위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을 입법예고했다. 20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이 가능한 현 무기징역제도와 차별화된다. 지난 2019년 11월 한강몸통시신 사건 범인 장대호에게 1심 재판부가 ‘감형 없는 무기징역형’을 첫 선고했다. 하지만 법과 판사재량 밖이었다. 2심은 단순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사형제도 합헌성을 두고 헌재가 세 번째 심리 중이다. 법무부는 ‘사형제가 헌법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형 집행 후 결백이 밝혀져도 피해 회복이
♥진검승부, 이른바 ‘명예결투’다♥ 중세시대 유럽 명문 귀족들에게 명예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야 하는 덕목이었다. 심지어 목숨까지 걸었다. 진검승부, 이른바 ‘명예결투’다. 19세기 들어 법으로 금지될 때까지 수많은 사람이 ‘신사도’인 이 ‘명예결투’로 다치거나 죽어갔다. ‘명예결투’를 영국에 전해 준 프랑스가 가장 심각했다. 19세기 초 나폴레옹 황제 등극무렵 ‘명예결투’를 그린 영화가 거장 리들리 스콧 데뷔작 ‘결투자(Duellists)’다. 파티장에서 연행된 장교가 그 치욕을 갚기 위해 연행하러 온 장교에게 결투를 신청해 장장 15년간 결투를 이어간다는 내용이다 결투 신청을 받아 주지 않으면 비겁자로 낙인 찍혔다. 상류층이 ‘명예를 존중하는 남자(Man of Honour)’로 불릴 만했다. 전기자동차 테슬라와 X(트위터)의 일론 머스크, 메타(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간 세기적 ‘명예결투’가 말풍선으로 끝날 듯하다. 저커버그가 X 경쟁 플랫폼인 스레드를 출시하며 머스크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머스크가 ‘철창 결투(cage fight)’를 신청했다. 저커버그가 ‘위치를 보내라’고 응수해 분위기가 고조됐다. 두 사람은 격투기 연습 장
한비자와 마키아벨리 ♥정치에서 도덕이란 外皮를 찢어버리다♥ 중국에 한자로 ‘예(豫)’라고 부르는 지역이 있다. 예는 바로 오늘날의 허난성(河南省)을 말한다. 성의 대부분이 황허(黃河) 남쪽에 위치한다고 해서 허난성이라고 부르는데, 예전에는 야생코끼리가 많았고 사람이 코끼리를 끌고 다니는 지역이라고 해서 나 여(予)와 코끼리 상(象)자를 합쳐서 예(豫)로 했던 것이다. 삼경(三經) 중 하나인 《서경(書經)》에서는 우(禹)임금이 천하를 아홉 개의 주(州)로 나누었을 때 구주의 가운데를 예주(豫州)라 하였다는데 과거의 예주가 오늘날 허난성이다. 그 땅이 천하의 가운데라서 중주(中州)라고도 불렀는데 보통 이 지역은 중원(中原)이라고 불렸다. ‘중원’이라고 하면 중국 땅을 일컫는 말로 변했지만 본래는 이 허난성 지역만이 중원이었다. 카이펑(開封)과 뤄양(洛陽), 그리고 조조(曹操)가 수도로 삼았던 쉬창(許昌) 모두 중원이었다. 중국인 그들이 생각한 세계의 중심이었다. 정치와 도덕의 분리를 주장한 한비자(왼쪽)와 마키아벨리. 중원, 선망의 땅 그리고 고난의 땅 중국 여행 이야기가 나오면 상하이(上海)나 베이징(北京)이 아닌 시